북극한파가 점점 강해지는 이유는?

 최근 몇 년 동안 겨울철 한파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특히 한반도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북극한파가 강하게 몰아치는 일이 늘어나면서, "지구온난화가 진행 중인데 왜 한파가 더 심해질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후변화는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하지만, 이는 단순히 '따뜻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대기 순환의 변화를 초래하면서 강한 한파와 폭염이 반복되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증가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북극한파가 점점 강해지는 이유와 그 배경을 북극 온난화, 제트기류 약화, 극소용돌이 붕괴, 해양 변화 등의 요인을 중심으로 자세히 알아보겠다.


1. 북극 온난화와 제트기류 약화

북극한파가 심해지는 원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북극 온난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기온이 상승하고 있지만, 특히 북극 지역은 지구 평균보다 2~4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현상을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고 부른다.

(1) 북극 증폭이란?

북극 증폭은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악순환적 현상이다.

  • 북극의 얼음은 태양광을 반사하는 역할을 하지만, 얼음이 녹고 나면 바닷물이 노출되면서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게 된다.
  •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더욱 많은 얼음이 녹아버리고, 결과적으로 북극의 기온이 급격히 상승한다.
  • 이렇게 되면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기온 차이가 줄어들면서, 대기의 흐름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2) 제트기류의 약화

제트기류(Jet Stream)는 북반구 중위도 상공을 가로지르는 강한 서풍으로,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경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북극 증폭으로 인해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면서,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지고 불규칙한 형태로 변한다.

제트기류가 강할 때는 찬 공기가 북극에 갇혀 있지만,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찬 공기가 남쪽으로 쏟아져 내려와 북극한파가 발생한다. 특히 최근에는 제트기류가 구불구불한 형태(meandering pattern)를 보이며 특정 지역에 한파가 장기간 머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사례:

  • 2018년 ‘비스트 프롬 더 이스트(Beast from the East)’: 유럽 전역이 북극한파로 인해 기록적인 한파를 겪었다.
  • 2021년 미국 텍사스 한파: 제트기류의 변화로 인해 평소 온난한 기후를 보이는 텍사스까지 북극 공기가 내려와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처럼 제트기류의 약화는 북극한파를 더욱 강하고, 더욱 빈번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 북극진동과 극소용돌이 붕괴

북극한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AO)과 극소용돌이(Polar Vortex, PV)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1) 북극진동(AO)이란?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에 의해 형성되는 대기 순환 패턴이다.

  • AO가 양(+)의 상태일 때: 북극의 찬 공기가 북극 지역에 갇혀 있고, 중위도 지역의 기온이 온화하다.
  • AO가 음(-)의 상태일 때: 북극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강한 한파가 발생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AO가 점점 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북극한파의 빈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2) 극소용돌이(PV)의 붕괴

극소용돌이는 북극 상공의 강력한 찬 공기 덩어리로, 보통 북극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극소용돌이가 약해지거나 붕괴되면,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이동해 북극한파가 발생할 수 있다.

  • 북극 온난화로 인해 성층권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극소용돌이가 약해진다.
  • 강한 대기 흐름의 교란이 발생할 경우, 극소용돌이가 두 개로 쪼개지거나 남쪽으로 흘러내린다.

이러한 극소용돌이 붕괴는 2019년, 2021년, 2023년 등에서 관측되었으며, 이로 인해 한반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강력한 한파가 발생했다.


3. 해양 변화와 대기 패턴의 변동

북극한파는 대기뿐만 아니라 해양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1) 북극 해빙 감소

북극해 얼음이 줄어들면서 바닷물이 직접 태양열을 흡수하고, 이로 인해 북극 지역의 기온이 상승한다.
이러한 해빙 감소는 겨울철 대기 흐름을 변화시키며, 북극한파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2) 라니냐 현상과 엘니뇨의 영향

라니냐(La Niña) 현상이 발생하면,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낮아지고, 이로 인해 대기 순환이 변화하면서 북극한파가 더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엘니뇨(El Niño)가 발생할 경우, 온난한 공기가 증가하여 상대적으로 한파의 영향이 줄어들 수도 있다.

(3) 시베리아 적설량 증가

가을철 시베리아 지역의 적설량이 많아지면, 겨울철에 북극한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눈이 많을수록 지면에서 반사되는 태양광이 증가하여 냉각 효과가 커진다.
  • 결과적으로 찬 공기가 강해지고, 한파가 더욱 심해진다.

[결론]

북극한파가 점점 강해지는 이유는 북극 온난화, 제트기류 약화, 북극진동 변화, 극소용돌이 붕괴, 해양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한파와 폭염 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강력한 한파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에너지 정책 개선,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 한파 대비 시스템 구축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